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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며칠째 차트를 켜도 초록색은 보이지 않았다.
빨간 그래프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내 계좌의 수익률은 마이너스에서 더 깊은 음영을 띠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 숫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달랐다.
🌧️ “잃었다”는 말보다 “배웠다”는 말이 자연스러워졌다
처음 손실을 봤을 때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왜 그때 샀을까’, ‘조금만 늦게 들어갔더라면’ 같은 생각이
밤마다 머릿속을 괴롭혔다.
하지만 계속 그런 감정에 빠져 있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차트를 끄고,
그날 느꼈던 감정만 기록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게 의미 있을까 싶었는데,
적다 보니 내 감정이 하나씩 정리됐다.
‘오늘은 무섭다.’
‘오늘은 조금 담담하다.’
‘이제는 그냥 숫자처럼 보인다.’
이 짧은 문장들이 내 투자 일기의 전부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잃었다’는 감정보다 ‘배웠다’는 감정이 조금씩 커졌다.
돈을 잃은 게 아니라,
내가 아직 배우는 중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 것이다.
🪞 손실을 받아들인다는 건, 내 실수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예전엔 손실이 나면 바로 ‘실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실은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문제는 금액이 아니라 태도였다.
‘이게 끝이야’라고 생각하면 그건 실패지만,
‘여기서 다시 배워야지’라고 생각하면 그건 성장의 시작이었다.
나는 그 차이를 깨닫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해와 수용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었다.
지식으로는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걸 진짜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필요했다.
한동안은 차트가 오르기만 해도
‘내가 판 후에 왜 오르냐’며 분노했고,
내리면 ‘역시 내 감이 맞았는데 너무 일찍 팔았어’라며 후회했다.
그건 끝없는 감정의 회전목마였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감정의 끝에는
‘어차피 나는 통제할 수 없는 시장 속에 있다’는 사실만 남았다.
그걸 인정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이 문장은 요즘 내 투자 원칙의 중심이 되었다.
가격은 오르고 내릴 수 있다.
뉴스는 언제든 시장을 흔들고,
사람들의 심리는 순식간에 바뀐다.
하지만 그 모든 혼란 속에서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나의 행동’이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몇 가지 규칙을 세웠다.
1️⃣ 하루에 한 번만 차트를 본다.
2️⃣ 이유 없는 매매는 절대 하지 않는다.
3️⃣ 수익이 나도, 손실이 나도 감정적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
4️⃣ 1주일에 한 번은 내 매매 이유를 점검한다.
이 단순한 네 가지 규칙이
내 멘탈을 잡아주는 밧줄처럼 느껴졌다.
규칙이 생기니 불안이 줄었고,
불안이 줄자 손실도 이전보다 덜 아프게 다가왔다.
🌤️ 시장보다 마음이 먼저 회복됐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비트코인의 가격은 여전히 낮았지만
내 마음은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불안할 때마다 일기를 쓰고,
손실이 나면 원인을 기록했다.
‘이건 시장의 변동성 때문인지, 아니면 내 판단 때문인지.’
이렇게 구분하기 시작하자
손실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분석 가능한 데이터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던 손실이
이제는 학습의 자료로 변하고 있다는 걸.
시장보다 내 마음이 먼저 회복된 것이다.
🌱 손실을 인정하는 건 포기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용기였다
한때 나는 ‘잃었다’는 말이 너무 무서워서
차트를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손실을 보고도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일기를 쓴다.
이게 바로 성장의 신호 아닐까.
손실은 나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손실을 인정한다는 건
시장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나는 이제 안다.
하락장은 내 적이 아니라,
나를 단련시키는 스승이라는 걸.
🌙 오늘의 느낀 점
예전엔 손실을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손실 덕분에 배운다.
감정의 깊이가 조금씩 줄어들수록
나는 투자자로서 한 걸음 더 성장한다.
차트는 여전히 요동치고,
세상은 언제나 시끄럽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묵묵히 노트를 펼친다.
손실을 기록하고, 그 안에서 배움을 찾는다.
그게 나의 회복 방식이다.
손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진짜 회복이 시작된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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