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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출근길.
운전대 위로 비 내리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린다.
쿠팡 물류센터로 가는 길은 늘 똑같지만,
요즘은 마음속 어딘가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엔 “오늘도 버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젠 “오늘은 어떤 깨달음을 남길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

그 변화의 시작은 ‘기록’이었다.
나는 어느 날부터, 비트코인 매매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일기 #26] 나는 왜 투자일기를 쓰기 시작했나


📝 처음엔 단순한 매매 기록이었다

시작은 단순했다.
언제 사고, 언제 팔았는지 적어두는 정도.
그날의 시세, 내 계좌 잔고, 그리고 간단한 감정 메모.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몇 주가 지나자
그 메모들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때 왜 그렇게 조급했을까?”
“왜 오를 때는 믿지 못했고, 떨어질 땐 겁이 났을까?”

이전엔 그냥 지나갔던 감정들이
글로 쓰니까 훨씬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단순히 ‘차트를 기록한 게 아니라’,
내 ‘심리’를 기록하고 있었던 거였다.


💭 기록은 거울이 된다

비트코인을 공부하면서 늘 들었던 말이 있다.
“투자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땐 그 말이 추상적으로만 들렸지만,
지금은 그 의미를 몸으로 안다.

 

기록을 하면, 그날의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기분이 들떠 있던 날은 글자에도 들뜸이 묻어나고,
지쳤던 날은 문장마저 흐릿했다.

 

이전엔 몰랐지만,
그 모든 감정이 결국 ‘매매 판단’에 영향을 줬다.
그걸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감정을 통제하려면 먼저 기록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하루의 마지막 일과는
“비트코인 일기 쓰기”가 되었다.


🌙 퇴근 후, 조용한 기록의 시간

아침 8시 30분.
쿠팡 작업복을 벗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앉는다.


잠은 쏟아지지만,
나는 노트를 펼쳐 그날의 시장과 나를 기록한다.

오늘은 시장이 왜 움직였는지,
내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그 판단이 감정에서 비롯된 건 아닌지.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면,
머릿속의 혼란이 조금씩 정리된다.
그리고 그 글을 다시 읽을 때,
“아, 그땐 이런 마음이었지.” 하며 웃는다.

 

이건 단순한 투자 일기가 아니라,
나 자신을 기록한 성장 일기였다.


📊 기록은 통계가 되고, 통계는 전략이 된다

몇 달 동안 쓴 기록을 엑셀로 정리해봤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수익을 낸 거래보다,
‘감정이 들어간 거래’의 손실률이 훨씬 높았다.

 

즉흥적인 매수,
SNS의 분위기에 휩쓸린 판단,
지쳐서 판단력이 흐려진 시점의 매매.
그 모든 순간이 내 손실의 원인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 감정의 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건 단순한 차트 분석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었다.
시장보다 나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진짜 전략이 세워진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기록은 ‘거울’을 넘어서 ‘지도’가 되었다.
내가 어디서 길을 잃었고,
어떤 길에서 성과를 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된 것이다.


💡 글을 쓰면 감정이 정리된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일기를 쓰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오늘 손해를 봤더라도,
글로 적는 순간 그 감정이 정리된다.

 

“그래, 이건 배움의 과정이지.”
이 한 줄로 마음이 안정된다.

사람들은 종종 투자에서 감정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제 다르게 생각한다.


감정은 없애는 게 아니라, 기록해서 다스리는 것이다.
글로 써야만, 그 감정이 내 머릿속을 떠난다.

그게 내가 매일 노트를 펴는 이유다.


🧘 나는 투자자가 아니라, 관찰자가 되었다

기록을 이어가면서
나는 점점 ‘시장에 반응하는 사람’에서
‘시장을 관찰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가격이 오르면 “왜 올랐을까?”를,
떨어지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반응할까?”를 생각하게 됐다.

 

이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생각의 프레임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제 나는 매번 거래할 때마다
이전 일기들을 떠올린다.


“비슷한 상황에서 나는 어떤 실수를 했지?”
그걸 확인하는 순간,
감정 대신 데이터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건 곧 기록이 나의 멘탈 방패가 된다는 뜻이었다.


🌅 오늘의 느낀 점

비트코인으로 돈을 버는 일보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요즘은 점점 더 느낀다.

 

쿠팡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늘 똑같은 새벽 하늘을 보면서도
이제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나는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기록은 나를 지탱하는 작은 버팀목이다.
돈보다, 코인보다,
결국 나를 지키는 건 나 자신이니까.

오늘도 피곤한 몸으로 노트를 펴며,
이렇게 한 줄을 적는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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