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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2] 하락장에서 배운 겸손, 손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 이유
holngs2025 2025. 10. 9. 18:57비트코인을 처음 샀을 때만 해도, 나는 세상이 내 편인 줄 알았다.
차트는 꾸준히 올랐고, 하루가 다르게 계좌의 숫자가 커져갔다.
그 숫자는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내 자존심 같았다.
‘드디어 나도 남들처럼 잘하고 있구나.’
그땐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너무 쉽게 부서졌다.
하락장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왔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내가 가진 코인의 가격이 반 토막이 나 있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이건 일시적인 조정일 거야. 잠깐 떨어졌다가 다시 오를 거야.
스스로를 위로하면서도 손가락은 계속 새로고침을 눌렀다.
하지만 화면은 냉정했다.
빨간색 숫자들이 줄줄이 내려가며 내 마음을 무너뜨렸다.
그날 퇴근길이 아직도 생생하다.
새벽에 출근해서 온몸이 무거운 상태로 아침 8시 반, 쿠팡 물류센터를 나왔다.
눈은 충혈돼 있었고, 손끝에는 아직 상자의 테이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차에 타자마자 제일 먼저 시세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하룻밤 사이 내 자산의 30%가 사라져 있었다.
그날은 아무 음악도 듣지 못했다.
평소엔 졸린 눈으로 커피를 마시며 퇴근했는데, 그날은 커피 맛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돈을 벌겠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마음이 가난해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깨달았다.
하락장은 잔인하지만, 거짓은 없다.
그건 내 욕심과 자만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울이었다.
비트코인이 떨어진 게 아니라, 내가 높이 올라가 있었던 거였다.
마치 꼭대기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내가,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나는 비로소 ‘겸손’이라는 단어를 이해했다.
하락장은 나를 가르쳤다.
시장은 누구의 편도 아니며, 감정적으로 반응할수록 손실은 커진다는 걸.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차트를 붙잡고 불안에 휩싸였던 그 시절,
나는 사실 비트코인을 ‘공부’한 게 아니라 ‘도박’하고 있었다.
정보를 모으는 척했지만, 내 마음은 ‘확신’이 아닌 ‘기대’로 가득했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격을 잠시 잊고, 비트코인이 왜 만들어졌는가를 공부했다.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의 문제, 통화 발행의 구조, 블록체인의 철학.
그제서야 조금 이해됐다.
비트코인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신뢰를 재정의한 시스템이었다.
그걸 깨닫고 나자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격은 여전히 하락세였지만,
나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단단해졌다.
왜냐하면 이제는 숫자 대신 ‘의미’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는 매일 아침 퇴근길에 습관처럼 하던 시세 확인을 멈췄다.
대신 차 안에서 조용히 생각했다.
“오늘 하루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비트코인의 가격보다 내 인내의 크기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건 단순한 투자일기가 아니라, 나 자신을 훈련시키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그때부터 내 삶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일할 때도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감정의 기복이 줄었다.
손실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 손실 속에서도 배울 게 있었다.
예를 들어, 하락장 속에서도 꾸준히 공부하고 투자 원칙을 지킨 사람들은
결국 다시 회복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감정이 아니라 원칙으로 행동했다는 것.
나도 그렇게 살기로 했다.
“시장은 나보다 크다.”
이 문장을 내 마음속에 새겨 넣었다.
그 이후로는 오히려 하락장이 올 때마다
‘이건 나를 단련시키는 시기구나’라고 생각했다.
마치 헬스장에서 근육이 찢어져야 성장하는 것처럼,
손실도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훈련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그 하락장은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만약 그때 손실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차트만 바라보는 초보 투자자에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를 겪고 나니,
이제는 숫자보다 ‘의미’를 먼저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겸손’을 배웠다.
비트코인은 내게 돈보다 더 큰 가치를 가르쳐줬다.
바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흔들리지 않는 법.
하락장은 언제나 찾아오겠지만,
이젠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그 속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 경험이 내 안에 남아, 또 다른 하락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둥이 되어줬다.
이제 나는 알 수 있다.
손실이란 나를 성장시키는 수업료였다는 걸.
그 수업료는 비쌌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돈을 잃었지만,
‘나 자신’을 얻었다.
오늘도 나는 그때의 하락장을 떠올린다.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그 손실이 너를 단단하게 만들 거야.”
비트코인은 떨어졌지만,
나는 그 속에서 오히려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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