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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공부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몇 달이 지났다.
이제 유튜브만 켜면 추천 영상이 전부 코인 이야기다.
처음엔 그것이 나름 뿌듯했다.

[비트코인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7] 알고리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 진짜 정보를 알아보는 법


“아, 나도 이제 진짜 투자자 같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피로감이 찾아왔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각자의 분석을 내놓고,
‘지금 사야 한다’, ‘절대 사면 안 된다’는 말이 동시에 들려왔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그 혼란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리플을 공부하면서 나는 이미 블록체인 구조나 시장 흐름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생겼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어떤 날은 “리플이 법적 분쟁만 끝나면 날아오를 거야”라는 말을 믿고 싶었고,
다음 날은 “리플은 이미 끝났다”는 영상을 보고 불안에 휩싸였다.
결국 문제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방향이었다.


나는 정보를 쌓고 있었지만, 정작 ‘걸러내는 눈’은 키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도 쿠팡 분류 작업을 마치고, 아침 8시 반쯤 주차장에 앉아 있었다.
손엔 커피 한 잔, 눈앞엔 유튜브 영상 목록이 줄지어 있었다.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고 싶은 건 ‘답’이지, ‘이유’가 아니구나.”
그 깨달음이 꽤 강하게 다가왔다.


나는 늘 누가 대신 결론을 내려주길 바랐던 거다.
“지금 사라.” “이건 망했다.”
그런 한 문장이 나를 편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가격은 사람들의 감정이 반영된 결과일 뿐,
누가 맞았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다.


그걸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영상 하나를 볼 때도 **‘이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할까?’**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누군가는 특정 코인을 미는 이유가 있고,
누군가는 클릭 수를 노린다.


그리고 정말 소수만이 시장 전체의 큰 흐름을 이야기한다.
그 차이를 구별하기 시작하자,
내 머릿속의 소음이 조금씩 사라졌다.

그때부터 나는 영상을 보거나 글을 읽을 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1️⃣ 이 정보는 감정을 자극하는가, 아니면 데이터를 설명하는가?
2️⃣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구체적인가?
3️⃣ 그리고, 이 정보가 나의 투자 목표와 맞는가?

 

이 세 가지만 걸러도 놀랍게도 남는 정보는 거의 없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좋았다.
이제는 영상을 무작정 보지 않는다.


한 편을 보더라도 천천히 멈춰가며 핵심 문장을 메모한다.
‘지금 시장의 유동성 흐름’, ‘ETF 승인 일정’, ‘거래량 분포’
그런 키워드 위주로 정리해두면, 나중에 어떤 뉴스가 나와도
감정이 아닌 논리적인 흐름으로 바라보게 된다.

 

예전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끌고 다녔다면,
이제는 내가 알고리즘을 조종한다.
싫은 영상은 바로 ‘관심 없음’을 누르고,
좋은 내용은 스스로 찾아서 듣는다.


단순히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정보 설계자가 된 느낌이다.

비트코인 공부를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시기를 겪는다.
너무 많은 목소리 속에서 길을 잃는 시기.


그때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판단력’을 키우는 연습이다.

내가 느낀 건 이거다.


비트코인은 단순히 돈을 버는 기술이 아니라,
판단의 훈련장이라는 것.
가격 차트보다 중요한 건
“왜 이런 움직임이 나왔을까?”를 생각하는 습관이다.

 

나는 이제 영상을 보다가도 멈춰서 되묻는다.
“지금 이 말은 시장 전체의 흐름과 일치하는가?”
그 질문 하나로 허황된 확신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건 단순히 투자 얘기가 아니다.


우리 일상도 마찬가지다.
누가 뭐가 뜬다, 뭐가 망한다, 그렇게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세상은 언제나 흐르고, 정보는 그 안의 한 조각일 뿐이다.


그걸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훨씬 편해졌다.

요즘은 출근길 차 안에서 차트를 보기보다
경제 역사 관련 오디오북을 듣는다.


예전에 사람들이 어떻게 공황을 겪었고,
그 위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들으며 깨닫는다.
비트코인의 가격보다 더 중요한 건 인간의 심리라는 걸.

 

결국 투자라는 건,
정보를 얼마나 빨리 아느냐보다
얼마나 깊게 이해하느냐의 싸움이다.


그리고 이해는 언제나 조용함 속에서 자란다.

비트코인을 공부하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돈이 아니라
세상을 읽는 시야였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유튜브의 알고리즘 속에서 휘둘리지 않는다.


내가 걸러낸 진짜 정보만 내 세계에 남긴다.
그게 내가 배운,
비트코인보다 더 값진 ‘투자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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