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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의 새벽 일은 여전히 고됐다.
박스를 나르고 분류하며 시간은 느리게 흘렀지만,
시계가 8시 30분을 넘기면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비트코인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8] 내가 처음 블록체인을 이해한 날 — ‘신뢰’를 기술로 본 순간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간.
그리고 9시, 업비트의 새로운 장이 열릴 때면
나는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게 내 하루의 ‘시작 신호’ 같은 거였다.

그날도 그랬다.
차 안에 앉아 시세를 확인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거래는 대체 어디에 기록되는 걸까?”
그 질문 하나가 내 머릿속을 꽉 채웠다.
그동안 나는 비트코인을 ‘가격의 움직임’으로만 봤다.


하지만 정작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는 숫자 대신 ‘구조’를 공부하자고.


🔗 블록체인, 신뢰가 기록으로 바뀌는 구조

집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잠은 오지 않았고, 오히려 호기심이 머리를 깨웠다.
검색창에 ‘블록체인 구조’를 입력하자 수많은 글이 쏟아졌다.
그중 하나를 클릭해 읽었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을 하나의 블록으로 묶고,
그 블록을 시간 순서대로 이어붙여 전체 거래 장부를 만드는 기술이다.”

 

처음엔 익숙한 말 같았지만,
곱씹어보니 그 안에 비트코인의 핵심이 있었다.
중앙 서버가 아니라 전 세계 수천 대의 컴퓨터가
서로의 거래 내역을 동시에 기록하고 비교한다는 구조.


누가 한 줄만 바꾸려 해도
모든 노드의 기록이 달라져 바로 들통나는 시스템.

‘아, 이래서 신뢰가 기술이 되는 거구나.’
그제야 머릿속에 명확한 그림이 그려졌다.


누구 하나를 믿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
그게 바로 사토시 나카모토가 말한 탈중앙화의 진짜 의미였다.


⚙️ 직접 체험해본 ‘블록의 사슬’

단순히 개념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찾아 들어갔다.
거래 내용을 입력하면 바로 해시값이 생성되고,
그 해시가 이전 블록의 값과 이어져 사슬을 만든다.

 

‘A가 B에게 0.01BTC 전송’이라고 입력하자,
화면에 ‘9f21b3…’로 시작하는 긴 암호 문자열이 나타났다.
그 해시가 곧 이 거래의 ‘지문’이었다.


이전 블록과 연결된 사슬이 끊기지 않도록
자동으로 다음 블록과 이어지는 걸 보면서
눈앞에서 데이터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왜 블록체인이 ‘변조 불가능한 기술’이라 불리는지 이해했다.
하나의 블록을 바꾸려면
그 블록뿐 아니라 연결된 모든 해시값을 새로 계산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전 세계 모든 노드와 동시에 일치시켜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 기술보다 더 강한 건 ‘철학’이었다

그날 깨달은 건 기술적인 구조보다 더 큰 개념이었다.
블록체인은 단순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신뢰의 설계도였다.
지금까지 세상은 ‘누군가를 믿는 구조’로 돌아갔다.


은행, 정부, 기업.
우린 늘 누군가를 믿어야만 거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말했다.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아도 된다.
대신 모두가 함께 확인하면 된다.”

그 철학이 내 안에 깊이 박혔다.
비트코인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재설계하는 시도였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진심으로 느꼈다.


🌍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다

이후로 나는 뉴스를 볼 때마다 생각했다.
“이건 중앙집중형인가, 아니면 분산형인가?”
“누가 데이터를 통제하고, 누가 검증하는가?”
그 질문이 생기자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은행 시스템, SNS 알고리즘, 플랫폼 경제 —
모두가 ‘신뢰의 구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건 잠시일 뿐,
그 뒤에서 돌아가는 기술의 철학이
결국 세상을 바꿀 거란 확신이 들었다.


🪞 오늘의 생각

요즘도 오전 9시 업비트 차트를 볼 때면
이제는 단순히 가격이 아니라
그 뒤에 흐르는 기술과 철학을 함께 본다.


“이 거래가 기록되는 구조,
그걸 검증하는 수많은 노드들이 오늘도 돌아가고 있겠지.”
그 생각을 하면 신기하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블록체인을 이해한 날 이후,
나는 비트코인을 더 이상 ‘돈의 그래프’로 보지 않는다.


그건 ‘신뢰의 체계’이자,
누구도 속일 수 없는 새로운 언어였다.

그리고 그 언어를 알아듣기 시작한 순간,
세상은 조금 더 투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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