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4] 다시 매수 버튼을 누르던 날 — 두려움과 확신 사이에서

하락장을 겪은 뒤, 한동안 나는 코인 앱을 열지 않았다.
손실이 나를 무겁게 눌렀고, 다시는 그 차트를 보고 싶지 않았다.
휴대폰을 켤 때마다 빨갛게 내려가는 그래프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 숫자들이 마치 내 실수의 증거 같았다.
그래서 그냥 눈을 감기로 했다.
“다신 안 해야지.”
그렇게 다짐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여전히 비트코인이 떠올랐다.

 

퇴근길, 늘 그렇듯 아침 8시 반.
쿠팡 물류센터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기 전, 잠시 폰을 꺼내 들었다.
무의식처럼 앱을 열었다.

그리고 놀랐다.
비트코인이 조금씩 다시 오르고 있었다.
그동안의 폭락이 무색하게, 천천히 그래프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지금 다시 사야 하는 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난번 손실의 기억이 떠올라 손가락이 멈칫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속 어딘가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다를지도 몰라.”

그때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투자가 아니라 ‘감정의 싸움’이었다.
돈을 잃는 것도 아팠지만, 두려움이 나를 마비시켰다.
하락장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또다시 뛰어들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공부했나? 지난번엔 단지 남들을 따라했을 뿐이잖아.”

그래서 이번엔 다르게 하기로 했다.

단순히 오르고 내리는 가격만 보지 않고,
비트코인의 ‘본질’을 다시 복습했다.
블록체인은 왜 안전한가, 채굴은 어떤 구조인가, 공급량이 제한된 이유는 뭘까.

이런 걸 이해하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차분해졌다.
시장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제는 이유도 모른 채 휩쓸리지는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날 밤, 다시 차트 앞에 앉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예전처럼 무작정 누르지 않았다.

차트를 보며 호흡을 가다듬고,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인가?’
‘이건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공부의 연장인가?’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매수 버튼을 눌렀다.
금액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클릭 하나에 내 지난 실패와 두려움이 녹아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투자자의 시선’을 배우기 시작했다.

단순히 코인을 사는 게 아니라,
‘왜 사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비트코인의 장점은 단순히 가격 상승이 아니라,
‘중앙화되지 않은 신뢰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겼다.

그래서 이번엔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
두려움은 피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직면해야만 작아진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투자에 나서는 건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
**‘내 안의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의 나는 훨씬 차분해졌다.
가격이 오르면 욕심이 아닌 감사가 생겼고,
가격이 떨어지면 불안 대신 관찰이 생겼다.

내 마음이 시장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하락장 이후 다시 매수 버튼을 누른 그날은
지금 돌아보면 내 투자 인생의 두 번째 시작이었다.

이젠 안다.
성공은 한 번의 상승이 아니라,
수많은 하락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걸.
비트코인은 여전히 오르고 내리지만,
그 파도 위에서 나는 이제 조금은 균형을 잡을 줄 알게 됐다.

 

투자는 결국 ‘나 자신과의 대화’였다.
남들이 뭐라 하든,
뉴스가 뭐라 떠들든,
결국 매수 버튼을 누르는 건 내 손가락이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건 내 마음이다.

그래서 그날의 클릭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나를 믿는 연습’이었다.

그날 차창 밖으로 보이던 아침 햇살이 아직도 기억난다.

퇴근길의 피로와 불안 속에서도,
그 햇살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아마도 그건,
두려움 대신 ‘확신’을 품은 나에게 건네는 작은 응원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