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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타의 유혹, 그리고 다시 흔들린 나의 마음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기로 결심한 지 어느덧 두 달쯤 됐을까.
새벽 출근길에도 이제는 차트를 확인하지 않는 날이 늘었다.
그냥 조용히, 그저 앱을 열지도 않은 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버텨야지”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비트코인 일기 #15] 홀딩을 결심했지만 다시 흔들린 순간


그게 내 일상이었고, 나름의 균형을 되찾은 듯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안정이 찾아오면 그 안에서 또 다른 불안이 꿈틀댔다.
익숙함 속에서 찾아오는 공허함 같은 것.
가격이 며칠째 움직이지 않자,
“지금이라도 단타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건 마치 금단현상 같았다.
무언가 ‘움직임’을 만들어야만 내가 살아있다고 느껴지는 그런 착각.


💸 단타의 유혹은 언제나 달콤하다

하루는 퇴근 후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채 휴대폰을 열었다.
비트코인은 그대로였지만, 리플이 갑자기 15%나 올랐다는 뉴스가 눈에 띄었다.
댓글창엔 ‘지금 안 타면 후회한다’, ‘아직 초입이다’ 같은 글들이 넘쳐났다.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내가 리플을 봤던 게 언제더라? 500원대였지?”
그때 안 샀던 게 아쉽다는 생각이 밀려왔고,
머릿속은 순식간에 계산을 시작했다.

 

‘지금 들어가면 단기 수익으로 10만 원은 만들 수 있겠는데?’
‘그 정도면 주유비라도 나오겠지.’
이성은 말렸다.


“너는 장기 투자하겠다고 했잖아.”
하지만 감정은 속삭였다.
“그래도 한 번쯤은 괜찮잖아.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지.”

그 몇 초의 갈등 끝에 결국 손가락이 움직였다.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의 짜릿함, 그리고 동시에 찾아온 묘한 두려움.
그건 마치 금기된 문을 연 느낌이었다.


📉 그리고, 그렇게 또 흔들렸다

결과는 예상보다 빨랐다.
다음 날 아침, 리플은 10% 넘게 떨어졌다.
차트를 보는 내 손이 덜덜 떨렸다.


“설마 또 이럴 줄이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뿌듯했던 내 결심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출근길 차 안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계속 말했다.
“이건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에게 진 거야.”
단타는 단순히 거래가 아니라, 심리의 싸움이었다.


한 번의 작은 흔들림이, 다시 불안의 고리를 만든다.
차트를 열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이젠 다시 10분마다 시세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게 무서웠다.


🧠 단타의 함정은 ‘기억의 왜곡’이다

나는 그날 이후 스스로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왜 나는 또 단타를 시도했을까?
이성적으로는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결국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은 손실보다 ‘놓친 기회’에 더 큰 아픔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익보다 후회를 더 무서워한다.


“그때 샀다면 지금 얼마였을까.”
그 생각 하나가 머릿속을 지배하면,
합리적 판단은 사라진다.
이건 단순히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빠지는 심리적 함정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단타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의 회피다.’


지루함을 못 견디고,
확신보다 자극을 좇는 마음이 결국 단타를 만든다.
그건 시장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도망치는 행동이었다.


🚧 다시 중심을 잡기까지

손실은 크지 않았지만, 마음의 타격은 컸다.
그래서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앱을 지우고, 거래 알림을 껐다.


그리고 ‘내가 왜 비트코인을 사게 됐는가’를 일기장에 적어 내려갔다.

“나는 빠른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믿는 기술과 철학에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 문장을 다시 읽는 순간,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정리됐다.

그날 이후로 나는 단타를 시도하지 않았다.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그건 시장의 일이고
내 역할은 단 하나, ‘흔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투자 방식이었다.


🌙 홀딩의 진짜 시험은 상승장이 아니라 하락장이다

단타의 유혹은 결국 시장의 방향이 아니라 내 마음의 방향에서 온다.
오를 땐 더 오를까 봐 팔고 싶고,
내릴 땐 더 내릴까 봐 팔고 싶다.


결국 그 두려움의 본질은 같다.
‘지금의 결정을 믿을 수 있는가?’

나는 이제 알겠다.


홀딩은 차트를 안 보는 게 아니라,
자기 확신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불안이 찾아올 때마다 그 확신이 시험받는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오늘 새벽에도 일을 마치고 주차장에 앉아 있었다.
손엔 식어버린 커피,
휴대폰엔 여전히 같은 차트.
하지만 이번엔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화면을 껐다.
그 조용한 순간이 오히려 더 강렬했다.


🌅 오늘의 느낀 점

단타의 유혹은 언제나 다시 찾아온다.
그건 돈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유혹을 다르게 본다.
그건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시험하는 질문 같다.

“이번에도 흔들릴 거야?”


그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시장을 이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된다.

 

투자는 결국 돈의 싸움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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