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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헬퍼 일을 하던 시절, 내 하루는 새벽 1시부터 시작됐다.
도시의 불빛이 다 꺼진 시간, 주차장에 혼자 앉아 커피 한 모금으로 정신을 붙잡고 시동을 걸었다.
라디오에선 늘 같은 DJ가 새벽의 공기를 노래했지만, 내 머릿속은 차트 생각뿐이었다.
‘오늘은 조금이라도 오를까?’ ‘어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까?’
손끝은 핸들 위에 있지만, 마음은 늘 코인 차트 위를 떠돌았다.
아침 8시 반, 퇴근길엔 하늘이 점점 밝아왔다.
피로가 온몸에 쌓여 있었지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폰을 켜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건 여전히 비트코인 가격이었다.
빨간불이면 희망이 피어오르고, 파란불이면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땐 몰랐다. 내가 차트를 보는 게 아니라, 차트가 나를 흔들고 있었다는 걸.
비트코인을 처음 공부하던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블록체인 기술, 분산원장, 탈중앙화 같은 말들이 새롭고,
‘이건 미래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런데 막상 돈을 걸고 시장에 들어서니 그 모든 개념은
불과 몇 초 만에 사라졌다.
기술의 이해보다 더 무서운 건
“내 감정이 내 자산을 지배한다”는 사실이었다.
하락장은 그렇게 예고 없이 찾아왔다.
처음엔 ‘조정이겠지’ 싶었지만,
시장은 내 기대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밤새 일하고 돌아와 잠깐 눈을 붙인 사이,
내 계좌는 이미 마이너스였다.
처음엔 조금 참았다. 하지만 손실이 쌓이자
‘이번엔 더 떨어지면 안 된다’는 공포가 몰려왔다.
결국 새벽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
손이 떨리는 상태로 매도 버튼을 눌렀다.
그때의 나에겐 손실보다 ‘두려움에 반응한 내 자신’이 더 쓰라렸다.
그날 이후 나는 생각했다.
‘도대체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유튜브에서 차트 분석 영상을 보고,
책을 읽고,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찾아도
결국 나는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그 이유를 깨닫는 데엔 시간이 걸렸다.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습관의 부재였다.
나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차트를 보는 대신,
감정이 동할 때마다 확인했다.
오르면 들뜨고, 떨어지면 불안했다.
즉, 내 투자 패턴은 완전히 감정에 종속되어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기 위해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노트북을 켰다.
‘오늘 내 감정은 어땠는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단 5분이라도 좋으니까 매일 써보자고 다짐했다.
그 기록이 쌓이자, 놀랍게도 내 패턴이 눈에 보였다.
내가 불안할 때 거래를 많이 하고,
기분이 좋을 때 무리하게 들어간다는 걸
그제야 명확히 알게 되었다.
하락장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내가 나를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트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매수를 누르는 건 내 손가락이고,
그걸 움직이는 건 내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거래량이나 캔들 모양보다
내 감정의 온도를 먼저 본다.
하루 종일 피곤하고 예민한 날엔 차트를 열지 않는다.
그게 나름의 ‘리스크 관리’가 되었다.
또 하나 배운 건, 꾸준함이 기술이 된다는 사실이다.
예전엔 하루에 5시간을 공부하다가
다음 날 아무것도 안 하는 식으로 들쑥날쑥했다.
이제는 피곤해도 30분씩만이라도
뉴스를 읽고 기록을 남긴다.
처음엔 변화가 없었지만,
몇 주가 지나자 차트의 흐름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코인이 움직이는지, 왜 그런 흐름이 나오는지
이해의 속도가 달라졌다.
그건 복잡한 기술적 분석 때문이 아니라
꾸준히 ‘관찰한 눈’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나는 비트코인을 통해 돈보다 큰 걸 배웠다.
습관이 결국 내 인생을 결정한다는 걸.
노동에서도, 투자에서도, 꾸준한 태도는 똑같았다.
쿠팡에서 박스를 나를 때도 그랬다.
처음엔 1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지만,
하루하루 반복하다 보면
리듬이 생기고, 체력이 붙고, 속도가 일정해진다.
투자도 똑같았다.
감정이 요동치는 시장에서도
내 패턴을 지키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았다.
새벽 하늘을 가르며 퇴근할 때,
창문을 열면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친다.
그 공기 속에서 나는 조금은 단단해진 자신을 느낀다.
돈을 잃었지만, 나를 조금 되찾았다.
이제 나는 안다.
비트코인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내가 매일 어떤 태도로 그 시장을 바라보는가라는 걸.
오늘도 집에 도착해 노트를 펼쳤다.
“오늘은 감정이 흔들렸는가?”
“나는 오늘 시장을 존중했는가?”
이 두 줄을 적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돈은 아직 멀었지만, 습관이 쌓이고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아마도 그게 진짜 성장일 것이다.
비트코인이 내게 준 건 돈이 아니라 ‘기록의 힘’, 그리고 ‘자기 인식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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