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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쿠팡 물류센터로 향하는 도로 위는 여전히 적막했다.
도로 옆 가로등 불빛이 흐릿하게 깜빡이고, 차 안 라디오에선 하루의 끝과 시작을 잇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손끝이 아직 차갑지만, 머릿속은 이미 오늘의 시장을 그려보고 있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가격보다 더 먼저 떠오른 건 전날 내가 적어둔 일기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오늘은 시장보다 내 감정이 더 요동쳤다.”
그 문장을 다시 읽으며 나는 깨달았다.
시장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내 반응은 통제할 수 있다는 걸.
퇴근은 여전히 아침 8시 반.
피곤에 절어도 집에 돌아오면 습관처럼 노트를 편다.
이젠 가격보다 ‘나’를 먼저 본다.
‘오늘은 조급했는가?’
‘어떤 뉴스를 보고 마음이 흔들렸는가?’
이런 질문으로 하루를 정리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손익보다 내 행동 패턴이 더 뚜렷하게 보인다.
처음엔 단순한 감정 기록이었다.
그런데 그게 쌓이면서 투자에서의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창이 되었다.
예전에는 상승장만 오면 들떴고, 조금만 하락해도 패닉에 빠졌는데,
이제는 가격보다 뉴스의 톤, 거래량의 변화, 그리고 시장의 분위기를 먼저 본다.
단순히 차트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맥락을 읽는 눈이 생긴 것이다.
📘 기록은 나를 감시하는 거울이었다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귀찮았다.
새벽에 일 나가서 돌아와 또 뭔가를 적는다는 게,
그저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며칠, 몇 주, 몇 달이 지나면서 놀라운 패턴이 드러났다.
내가 손실을 볼 때마다 ‘무언가를 서두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일터에서 피로하거나, 생활비 압박이 커질 때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코인 시장에서 ‘보상’을 찾았다.
그걸 깨닫는 순간, 내 투자 습관의 본질이 보였다.
기록은 나에게 투자의 기술이 아닌, 나를 이해하는 기술을 가르쳐줬다.
시장은 늘 변하지만, 내 감정은 반복됐다.
이제 나는 하락장에도 덤덤해졌다.
손실이 나도, ‘이번에도 배우는 중이야’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건 차트 분석이나 타점 기술보다 훨씬 큰 통제력이었다.
📈 꾸준한 관찰이 만든 작은 변화들
기록이 습관이 되자, 내가 보는 세상이 바뀌었다.
뉴스를 볼 때도 ‘공포’ 대신 ‘기회’를 찾게 되었고,
유튜브의 자극적인 제목보다 실제 데이터를 찾는 습관이 생겼다.
이전엔 무작정 “다른 사람은 이렇게 벌었다”에 흔들렸지만,
이제는 “나는 어떤 근거로 움직이는가”를 먼저 생각했다.
그건 누가 알려준 게 아니라, 매일 10분씩 일기를 쓰며 스스로 배운 태도였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변동성이 크고, 나 같은 개인 투자자에게는
예측이 불가능한 거대한 파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 파도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치지만
누가 균형을 잡고 있는지는 각자의 습관이 결정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 나는 무조건 이익을 노리지 않는다.
대신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루틴을 지킨다.
새벽 출근 전 10분간 시장 뉴스를 요약하고,
퇴근 후엔 일기 한 줄을 남긴다.
그게 내가 만들어낸 나만의 리스크 관리 방식이다.
🧭 투자에도 루틴이 필요하다
쿠팡에서 일하면서 배운 게 있다.
힘든 일도 ‘리듬’이 생기면 버틸 수 있다는 것.
투자도 똑같았다.
무리하지 않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시장을 점검하고,
감정이 동요하지 않게 기록하는 습관.
이 단순한 루틴이 나를 살렸다.
예전엔 단 하루의 급락에도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젠 일주일 단위로 흐름을 본다.
시장보다 더 길게 호흡할 줄 아는 법을 배웠다.
비트코인을 공부하며 느낀 건
‘돈을 버는 법’이 아니라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나는 그 안에서 시장과 나 자신을 동시에 관찰했다.
몸은 물류창고에 있지만,
마음은 차분히 시장의 리듬에 귀를 기울였다.
🌅 오늘의 느낀 점
이제 나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도 예전처럼 흥분하지 않는다.
그건 무덤덤함이 아니라, ‘나를 아는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투자를 한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훈련시키는 일이다.
차트보다 중요한 건 내 감정의 흐름,
그리고 그 감정을 관리하는 습관이다.
나는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오늘도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근하는 길에
창밖의 하늘을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시장은 흔들려도, 나는 흔들리지 않기로 했다.”
그게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가장 큰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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