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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은 늘 갑자기 찾아온다.
뉴스에서는 “조정이다, 건강한 하락이다”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차트는 그런 설명 따윈 아랑곳하지 않았다.
빨간색이던 그래프가 하루아침에 파란색으로 물들고,
그 파란색이 내 기분까지 차갑게 만들었다.
새벽 1시, 출근 준비를 하며 커피를 내리는데
습관처럼 휴대폰을 열었다.
비트코인은 어제보다 8%가 떨어져 있었다.
‘또 시작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묘하게도 예전처럼 가슴이 쿵 내려앉지 않았다.
대신 아주 잔잔한 한숨이 나왔다.
이젠 놀라지도 않는구나, 하는 체념 같은 평온이었다.
💧 두 번째 하락장은, 첫 번째 때와 달랐다
처음 하락장을 맞이했을 때는
온갖 정보와 커뮤니티 글들을 뒤적였다.
‘이건 일시적 조정이다’라는 말에 위안을 받기도 하고,
‘끝났다’는 글에 멘탈이 무너지기도 했다.
그땐 시장이 내 인생의 전부 같았다.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나도 함께 무너졌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가격이 내리는데도, 나는 커피를 다 마시고 옷을 갈아입었다.
물론 속이 편하진 않았다.
다만 그 불안이 ‘익숙한 감정’이 되었다는 게 달랐다.
사람은 두 번째 고통부터는
‘이 고통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안다.
그리고 그걸 견디는 법을 배운다.
나는 그걸 비트코인으로 배우고 있었다.
🚗 출근길의 생각, 그리고 내 안의 두 목소리
차 안에서 라디오를 틀었지만,
귀에 들어오는 건 진행자의 말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서로 싸우는 두 목소리였다.
하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쯤에서 정리하자. 더 떨어질 수도 있잖아.”
다른 하나는 조용히 반박했다.
“그래도 이번엔 버텨보자. 네가 그토록 배우고 싶어 했던 게 이거였잖아.”
그 둘의 싸움은 출근길 내내 이어졌다.
고속도로의 불빛들이 스쳐지나가며
마치 내 머릿속의 혼란을 비추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그날 새벽,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이번엔 버티자. 이유가 뚜렷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
그건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었다.
📊 하락장에서 진짜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거리두기’였다
예전엔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더 깊이 차트를 분석했다.
캔들의 모양, 거래량, 이동평균선…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불안의 또 다른 형태’였다.
무언가를 분석해야만 마음이 진정되는 착각.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차트를 아예 보지 않았다.
그 대신 뉴스 대신 책을 읽고,
출근길에는 경제 유튜브 대신 팟캐스트를 들었다.
시장과 거리를 두자 오히려 생각이 명확해졌다.
하락장을 견디는 방법은
더 많은 정보를 찾는 게 아니라,
정보의 소음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건 일종의 ‘투자 다이어트’였다.
불필요한 자극을 덜어내자,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졌다.
🧠 공포 속에서도 배울 수 있는 건 있다
하락장은 언제나 두려움을 준다.
하지만 그 공포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내 확신이 시험받는 시기’다.
나는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넌 왜 비트코인을 산 거야?”
그 답은 여전히 같았다.
“중앙이 없는 세상, 기술로 신뢰를 만드는 구조가 궁금했으니까.”
그건 단기 시세에 휘둘릴 이유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시야를 바꿨다.
가격이 아니라, 구조를 봤다.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채굴 난이도와 네트워크 보안의 상관관계를 공부했다.
하락장이 나를 흔들 때마다,
나는 공부로 그 불안을 채워넣었다.
🌙 견디는 것도 실력이다
퇴근길, 아침 햇살이 유난히 눈부셨다.
밤새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묘하게 가벼웠다.
가격은 여전히 낮았지만,
내 멘탈은 예전보다 훨씬 높아져 있었다.
나는 이제 안다.
하락장은 나를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걸.
돈이 줄어드는 대신,
내 마음의 내구성이 커지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버티기’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그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자기 확신을 지키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었다.
🌅 오늘의 느낀 점
이번 하락장은 예전보다 훨씬 오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번엔 두렵지 않다.
시장은 오르내리지만,
나는 내 안의 중심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돈의 그래프에 감정을 맡겼다면,
이젠 감정의 중심으로 시장을 본다.
가격은 숫자일 뿐이고,
내가 진짜 투자하고 있는 건 ‘나 자신’이었다.
하락장 속에서 나는 잃는 게 아니라,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배움이 언젠가 나를
더 깊이 있게 만들어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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