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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 1시, 쿠팡 물류센터로 향하는 길.
밤하늘은 아직 깊고, 도로에는 가로등 불빛만 희미하게 반짝였다.
창문을 살짝 내리니 싸한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비트코인 일기 #14] 손에서 놓지 않기로 한 날 — ‘홀딩’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알다


손에는 편의점에서 산 미지근한 아메리카노 한 잔,
그리고 습관처럼 열어본 비트코인 시세 앱.

며칠째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가격은 그대로였고, 거래량도 조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변화 없음’이 나를 안정시켰다.
예전 같으면 불안했을 것이다.
“왜 안 오르지? 팔까?”
하지만 오늘은 그런 조급함이 없었다.


그저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앱을 닫았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이제는 그냥 이 코인을 내 삶의 일부로 두자.’
그 생각이 들자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안해졌다.


📉 단기 매매에 매달리던 나, 그리고 불안이라는 그림자

처음 비트코인을 시작했을 때 나는
누가 뭐라 해도 하루에도 여러 번 거래를 반복하던 사람이었다.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사고,
그 모든 행동이 마치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됐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침대에 누워서도
눈은 차트를 보고 있었고,
숫자 하나하나가 내 감정의 높낮이를 결정했다.


“지금 팔면 손해야.”
“조금만 더 버티면 수익이야.”
그렇게 머릿속은 늘 계산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렇게 며칠, 몇 주가 지나도 결국 남는 건
몸의 피로와 마음의 불안뿐이었다.
수익은 늘었다가 줄었고, 줄었다가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 생활이 코인의 파동에 휘둘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코인이 나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내가 코인에 끌려다니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그때서야 알았다.


🧭 ‘홀딩’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깨닫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던 말이 있다.
“HODL.”
처음엔 단순히 ‘안 판다’는 뜻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공부가 쌓이자 그 말이 달리 들렸다.
진짜 홀딩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신념을 유지하는 행위였다.


시장이 흔들려도, 뉴스가 요란해도,
처음 내가 믿었던 이유를 잃지 않는 것.

나는 비트코인이 단순히 가격이 오르내리는 자산이 아니라,
“탈중앙화라는 기술적 혁신의 상징”이라는 걸 배웠다.


그리고 그 철학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 투자 목적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가치 있는 기술에 시간을 투자하는 일’로 바뀌었다.


이게 내가 말하는 진짜 ‘홀딩’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제는 단기 차익을 노리지 않기로.


가격이 떨어져도, 누군가가 겁을 줘도,
내 확신이 바뀌지 않았다면 그냥 들고 가기로 했다.
그건 단순히 참는 게 아니라,
내가 내린 결정을 끝까지 믿어보는 과정이었다.


📘 하락장을 버티며 세운 나만의 기준

물론 마음처럼 쉽진 않았다.
코인이 하루 만에 5%, 10%씩 떨어질 때마다
불안은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예전처럼 충동적으로 팔지 않았다.
대신 ‘내가 견딜 수 있는 기준’을 세웠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이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추가 매수를 하고,
그 이상이면 그냥 두기로 했다.


이건 단순한 매매 전략이 아니라,
감정을 통제하기 위한 ‘의식적인 습관’이었다.
그 덕분에 매일 변하는 숫자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세운 원칙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원칙을 세운 이후부터는
코인뿐만 아니라 내 일상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퇴근 후 차 안에서 잠깐 눈을 붙일 때도,
불안보다는 묘한 평온함이 찾아왔다.


나는 여전히 하루 여덟 시간 넘게 육체노동을 하지만,
이제는 그 시간 속에서도 마음의 중심이 있었다.


🌙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예전엔 빠른 수익을 좇았고,
당장 눈앞의 변화를 원했다.
하지만 ‘홀딩’을 결심한 이후로는
시간이 내 편이 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의 차트보다는,
내가 얼마나 일관된 태도로 시장을 바라보는지가 중요해졌다.

이건 단순히 비트코인 투자에 국한되지 않았다.
삶의 태도도 똑같았다.


일이 힘들 때마다 “이 시기도 언젠가 내 자산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피로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그게 바로 내가 찾던 안정감이었다.

 

‘홀딩’은 결국 기다림의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기술이었다.
그리고 그 신뢰의 대상은 코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 오늘의 느낀 점

비트코인은 여전히 출렁이고,
뉴스는 여전히 요란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안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다.


예전에는 코인이 내 하루를 흔들었지만,
이젠 내가 코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었다.

홀딩을 한다는 건, 단순히 코인을 놓지 않는 게 아니다.


그건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믿는 가치와 방향이 있다면 그걸 끝까지 지켜보는 일.


그게 지금의 나에게 ‘투자’의 진짜 의미가 되었다.

오늘도 새벽 도로를 달리며 생각했다.
“이 시간도 언젠가 나의 이익이 되겠지.”
그건 돈의 이익이 아니라, 마음의 이익이었다.


차창에 스치는 바람이 차가웠지만,
그 속에서 나는 오히려 따뜻함을 느꼈다.
홀딩을 한다는 건, 결국 내 시간을 믿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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