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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차 시동을 걸자 라디오에서 낮게 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비트코인이 또 떨어졌네요.”
뉴스 앵커의 짧은 한마디가 오늘 하루의 무게를 예고하는 듯했다.

핸들 위로 손을 올리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젠 하락이 놀랍지 않다.
하지만 그 익숙함 속에도 피로감은 쌓인다.
그래서 문득 떠올랐다.
‘나는 왜 아직도 이걸 붙잡고 있을까?’


🔥 존버, 그 말의 시작은 단순했다

처음 ‘존버’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냥 밈(meme) 같았다.
“존나 버텨라”의 줄임말, 그저 인터넷 밈.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단어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

 

비트코인을 처음 샀던 2021년,
모두가 상승을 외치던 그 시절에는
‘존버’가 그저 “아직 팔지 마” 정도의 의미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차트가 붉게 물들며 공포가 시장을 덮자
그 말의 무게가 달라졌다.

그건 단순한 버팀이 아니라
**‘신념의 테스트’**였다.

[비트코인 일기 #29] 내가 ‘존버’라는 단어를 다시 보게 된 이유


🕰️ 버틴다는 건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다

나는 쿠팡 야간 라인에서 일하면서,
그 ‘버팀’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매일 느낀다.

새벽 3시쯤, 몸이 가장 무거워지는 시각.


눈꺼풀은 무겁고, 허리는 쑤신다.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 시간만 넘기면 된다.”

버틴다는 건, 그냥 시간의 흐름을 견디는 게 아니다.


버틸 이유를 잃지 않는 것이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팔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나는 차트를 보며 되묻는다.

 

“나는 왜 이 코인을 샀을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였나,
아니면 세상이 바뀌는 걸 직접 목격하고 싶어서였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를 다시 중심으로 돌려놓는다.


💡 존버의 본질은 ‘신념과 방향성’이다

존버를 단순히 ‘손실을 견디는 행위’로 보면,
그건 끝없는 고통이다.

 

하지만 ‘신념을 지키는 과정’으로 본다면,
그건 단단한 성장이다.

나는 비트코인을 공부하면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철학에 마음이 끌렸다.


탈중앙화, 신뢰 없는 거래, 투명한 기록.
이건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인류의 시스템이 바뀌는 실험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하락장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그 철학에 투자하고 있다.
가격은 흔들리지만,
철학은 무너지지 않는다.


📊 차트를 버티며 배우는 자기 통제

비트코인을 오래 보유하다 보면
‘자기 통제력’이란 게 생긴다.


처음엔 가격이 1%만 떨어져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10%의 하락도, 20%의 상승도
결국 ‘파동’일 뿐이라는 걸.

그 파동의 중심에 나를 고정시키는 것,
그게 진짜 존버였다.

 

나는 매일 퇴근 후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차트를 켜본다.
빨간 봉이든 파란 봉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 차트 속에 내 감정이 어디쯤 있는가를 보는 일이다.

 

그걸 기록하면서 나는 깨닫는다.
존버는 단순히 코인을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과정이라는 걸.


🧩 버티는 자와 흔들리는 자의 차이

내가 본 많은 사람들은
상승장에서는 모두 전문가가 된다.


“이번엔 1억 간다.”
“지금 안 사면 늦는다.”

하지만 하락장이 오면,
그들은 금세 사라진다.


그들의 흔적은 커뮤니티의 불평 몇 줄로 끝난다.

버티는 자는 다르다.
그들은 소리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
공부하고, 기록하고, 관찰한다.


감정 대신 데이터로 판단하려 한다.

나는 이제 그쪽에 서 있다.
예전처럼 휘둘리지 않는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최소한,
공포가 올 때 나를 믿는 법은 배웠다.


🌙 새벽의 길 위에서, 다시 다짐한다

퇴근길,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온다.
차 안에서 차트를 한 번 더 본다.
가격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편하다.

그때 문득 미소가 나왔다.
“이게 진짜 존버구나.”

존버는 참는 게 아니다.


믿음을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공부와 경험 위에 쌓일 때 비로소 진짜가 된다.

나는 이제 가격보다 나 자신을 본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내 중심은 더 단단해진다.


오늘의 느낀 점

예전엔 ‘존버’가 단순히 밈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 단어를 존중한다.
그건 무지한 맹신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과 철학을 지키는 힘이다.

 

버틴다는 건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운 원칙을 끝까지 살아내는 일이다.

오늘도 새벽 공기를 마시며 다짐한다.


“나는 이 길을 선택했고, 그 선택을 끝까지 믿는다.”

그리고 그게 진짜 존버의 의미라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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