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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새벽 공기는 이상하게 무거웠다.
쿠팡 물류센터로 향하는 도로는 늘 그랬듯이 어두웠고,
차 안엔 커피 대신 엔진 소리만 가득했다.

[비트코인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13] 처음 알트코인에 투자한 날 — 변화에 대한 갈증이 시작되던 시절
비트코인


라디오에선 경제 뉴스가 흘러나왔는데,
“비트코인 급락… 알트코인 시장 혼조세”
그 한 문장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때는 이미 비트코인에 대해 꽤 공부를 한 상태였다.
블록체인의 원리, 채굴 구조, 탈중앙화의 철학…
책으로도 보고, 영상도 보면서
‘이게 단순한 투기판은 아니구나’ 하고 느낀 때였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여전히 새벽 1시에 출근해
무거운 박스를 옮기고, 허리를 굽히며 하루를 버텼다.

비트코인을 공부하면서 ‘미래의 화폐’라는 말을 믿고 싶었지만,
내 하루는 여전히 과거형이었다.


시간당 1만 원 남짓의 시급,
쉬는 시간 10분, 식사 20분.
출근길엔 졸음, 퇴근길엔 피로.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말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 알트코인이라는 또 다른 세계

그날 퇴근 후, 집에 와서 씻지도 않은 채 컴퓨터를 켰다.
업비트 창을 띄워놓고 멍하니 차트를 봤다.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에이다…
이름들은 낯설지 않았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생생하게 다가왔다.

 

비트코인만으로는 뭔가 ‘닫힌 세계’ 같았다.
너무 완벽하고, 너무 멀고, 너무 큰 존재.
반면 알트코인들은
마치 각자의 가능성을 가진 ‘작은 혁신들’ 같았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코인 위에서 실험을 하고 있었고,
그 실험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 첫 투자, 그리고 묘한 떨림

나는 결국 결심했다.
작게라도 투자해보자.
비트코인은 너무 비쌌고,
이더리움은 그나마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이었다.


며칠간의 망설임 끝에,
퇴근 후 남은 용돈 중 일부를 메타마스크로 옮겼다.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내 돈이
‘현실의 은행 계좌’를 떠나
‘블록체인이라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
말로 설명하기 힘든 전율이 느껴졌다.


그건 단순히 투자라기보단
나 자신을 새로운 세계에 던지는 감정에 가까웠다.

화면 속에는 단지 숫자 몇 개만 바뀌었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내 삶의 무게 중심이
조금은 다른 곳으로 옮겨진 기분이었다.


⚙️ 공부와 현실의 거리

하지만 이내 현실이 고개를 들었다.
다음날 출근길,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운전하던 중
‘내가 너무 쉽게 꿈꾸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에선 ‘코인 사기’, ‘폭락’, ‘리스크’ 같은 단어들이 쏟아졌고,
쿠팡의 작업 라인에선 여전히
“오늘도 야간 연장인가요?” 같은 대화가 오갔다.

그 사이에서 나는 이상하게 두 세계를 오가는 사람 같았다.


한쪽은 피로와 현실의 무게,
다른 한쪽은 블록체인과 자유의 세계.
이 둘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나는 ‘삶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을 더 강하게 느꼈다.


💡 내가 깨달은 건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코인을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바뀌는 과정을 직접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더 커졌다.


비트코인이 처음 나왔을 때도,
사람들은 “가짜 돈”, “사기”라고 했지만
결국 그 기술은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수많은 알트코인들 중에도
미래의 비트코인이 숨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 하나가,
새벽마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었다.


🌙 현실 속에서 꿈꾸는 법을 배우다

9월의 공기는 아직 더웠지만,
밤이 길어지면서 내 마음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쿠팡에서의 일은 여전히 힘들었다.


허리는 늘 뻐근했고, 손끝은 건조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예전과는 달랐다.
“이건 단지 지금의 나일 뿐, 전부는 아니다.”


그 생각이 들면, 몸의 피로가 조금은 덜했다.

퇴근 후 업비트를 열면,
하락 그래프가 보이든 상승선이 보이든 상관없었다.


그건 단순한 돈의 숫자가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배우는 그래프였기 때문이다.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했고,
노동의 대가는 현실적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었다.


🧭 오늘의 생각

쿠팡에서 느꼈던 부당함은 지금도 선명하다.
하지만 그때 그 감정이 없었다면,
나는 블록체인을 공부하지도,
알트코인에 투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불만은 결국 ‘변화의 씨앗’이었다.

그날 처음 알트코인을 샀던 그 감각—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약간의 희망.


그건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내 삶의 첫 번째 ‘탈중앙화’였다.
누구의 허락도 없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선택한
나만의 작은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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