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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15] 쿠팡을 그만두고 자유를 꿈꿨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holngs2025 2025. 10. 10. 14:59쿠팡 헬퍼 일을 그만두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2021년 10월 초, 새벽 공기가 이상하리만큼 상쾌했다.
그동안 수없이 반복하던 분류작업, 박스 냄새, 땀과 먼지로 뒤섞인 공기.
그 모든 게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니,
진짜 세상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그날 퇴근길엔 창문을 열고 음악을 틀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그렇게 자유롭게 들리긴 처음이었다.
나는 진짜 ‘나’를 찾은 줄 알았다.
쿠팡에서의 삶은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고,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때 내 머릿속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이제 돈은 코인으로 벌면 돼.”
당시엔 P2E(Play to Earn) 코인들이 유행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코인을 벌 수 있다는 말은
피로한 일상 속에서 희망처럼 들렸다.
며칠 밤을 새며 백서를 읽고,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봤다.
‘이거다.’
딱 그렇게 생각하고, 가진 돈 일부를 넣었다.
엑시 인피니티, 위믹스, 미르4 토큰 같은 것들에.
초반에는 꽤 괜찮았다.
거래소 그래프가 오를 때마다 마음이 벅찼다.
쿠팡에서 일하며 땀 흘리던 시간들이
이제는 차트 위에서 숫자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나도 다른 인생을 살 수 있겠구나.”
그렇게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며칠 뒤, 그래프는 갑자기 꺾였다.
수익이 사라지는 걸 보면서도 나는 ‘곧 오를 거야’ 하며 버텼다.
하지만 회복은 오지 않았다.
프로젝트들은 줄줄이 무너졌고,
커뮤니티는 “이건 사기였다”는 말로 가득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코인은 꿈을 보여주지만,
현실의 무게를 견딜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쉽게 무너진다는 걸.
그때부터 조금씩 불안이 밀려왔다.
잔고는 줄고, 통장은 텅 비었다.
쿠팡을 그만둔 지 한 달도 안 돼서
다시 돈을 벌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때 떠오른 게 바로 ‘배달’이었다.
쿠팡처럼 새벽에 나가는 일은 아니지만,
몸으로 버는 건 다 비슷했다.
그렇지만 이번엔 마음가짐이 달랐다.
코인 시장에서 얻은 교훈이 있었다.
“시장은 냉정하다. 하지만 꾸준함은 배신하지 않는다.”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래서 나는 낮에는 배달을 하고,
밤에는 코인 공부를 계속했다.
배달대행 앱을 켜놓고 주문이 들어오지 않을 때면,
핸드폰으로 블록체인 관련 뉴스나 기술 분석 글을 읽었다.
손에는 음식 가방이 들려 있었지만,
머릿속엔 여전히 비트코인이 있었다.
어느 날은 비 오는 날이었는데,
도로 위에서 물을 튀기며 배달을 하다가 문득 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게 인생이지.”
쿠팡을 그만두며 꿈꿨던 자유는
생각보다 현실 속에 있었다.
비를 맞으며, 체감 온도 5도의 바람을 맞으면서도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자랑스러웠다.
코인으로 한 방을 노리던 마음이 조금은 식었다.
대신 ‘지속 가능한 삶’을 생각하게 됐다.
수익보다는 과정, 단기보다는 꾸준함.
배달이 단순히 생계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시간을 벌어주는 일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알 것 같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 도구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시장의 등락을 견디는 인내,
불확실성 속에서도 믿음을 유지하는 마음,
그리고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그 모든 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요즘은 새벽 7시에 눈을 뜨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코인 시장을 확인한다.
급등도 없고, 폭락도 없을 때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그게 내가 진짜 배운 안정감이니까.
쿠팡을 떠나고, 배달을 시작하며 느꼈던 건 단 하나다.
“삶은 차트처럼 오르내리지만, 결국 방향은 내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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