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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배달하면서도 자꾸 머릿속이 복잡하다.
예전엔 단순히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었는데,
이젠 비트코인이란 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졌다.

[비트코인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17] “이건 단순한 투자 이야기가 아니야” — 블록체인을 이해하고 싶어진 날


매일 오르내리는 그래프 뒤에는
무언가 내가 아직 모르는 ‘원리’가 숨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게 뭔지 알아야 진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퇴근 후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휴대폰으로 “블록체인 작동 원리”를 검색하던 게 시작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너무 어려웠다.


‘분산원장’, ‘해시값’, ‘암호학적 난이도’ 같은 단어들이
마치 다른 세상 언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단어들이 낯설면서도 끌렸다.


배달 중 신호 대기할 때도 머릿속에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매일 도로를 달리며 사람들에게 음식을 전하듯,
비트코인도 누군가의 거래를 전달하고 있겠구나.”
그게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신뢰를 옮기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그동안 단순히 ‘돈’으로만 봤던 게
이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그날 밤, 집에 도착해서 노트북을 켜고
유튜브에서 ‘비트코인 백서 번역’을 찾아봤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문장은 단순하면서도 묘하게 단단했다.


은행 없이도, 중개자 없이도,
사람들끼리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
그 단어 하나하나가 현실의 불합리를 정면으로 마주한 선언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며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은행이 없어도 신뢰할 수 있는 돈.”
이 한 문장이 내 삶과 겹쳐 보였다.


쿠팡에서 일할 때,
관리자가 마음대로 스케줄을 바꾸고,
사람이 많으면 쉬운 일만 가져가고,
결국 누군가의 결정에 내 하루가 흔들리던 그 시절.


그때 나는 ‘중앙이 나를 통제하는 구조’ 속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그걸 기술로 부숴버린다.
누구에게도 허락받지 않아도, 스스로 거래할 수 있는 구조.
이건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자유의 시스템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조금씩 공부를 시작했다.
출근 전 30분, 퇴근 후 한 시간.
배달대행 앱 대신 블록체인 관련 강의를 틀어놓고,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을 하나씩 메모했다.


‘노드(Node)’, ‘채굴(Mining)’, ‘합의 알고리즘(Consensus)’...
단어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합의(Consensus)’라는 개념은 인상적이었다.
은행이 대신 확인하던 신뢰를
전 세계 수많은 컴퓨터가 ‘서로 동의함으로써’ 만든다는 점이
너무나 멋지게 느껴졌다.

 

나는 점점 깨닫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람이 신뢰를 어떻게 기술로 바꿔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그건 단순히 경제적인 혁신이 아니라,
사회 구조를 통째로 재설계한 개념이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배달 일조차 새로운 시선으로 보였다.


내가 앱을 통해 주문을 받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 역시
‘신뢰의 흐름’을 유지하는 일종의 네트워크였다.
손님이 주문을 결제하면
플랫폼이 나를 믿고 일을 맡기고,
나는 다시 그 신뢰를 결과로 증명한다.


그 구조가 블록체인과 너무 닮아 있었다.

그날 밤, 헬멧을 벗고 창문을 열었을 때
밖에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 속에서 문득 확신이 들었다.
“아, 이제 진짜 공부를 해야겠다.”
투자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기술의 본질’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제는 돈보다 지식이 나를 지켜줄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노트 하나를 따로 만들었다.
제목은 “나의 블록체인 공부일지”.
처음엔 낙서처럼 시작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이해되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 보면 이상하게
삶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단순히 기술 공부가 아니라,
‘나 자신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여전히 배달을 한다.
비트코인으로 부자가 된 것도 아니고,
채굴기를 돌릴 형편도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예전처럼 불안에 휘둘리지 않는다.
이제는 시장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격 그래프 대신, 그 뒤에서 움직이는 원리를 본다.
그게 내가 진짜 얻은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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