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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가을, 쿠팡에서의 나날은 점점 더 버거워졌다.
새벽 1시에 출근해 8시 반에 퇴근하는 루틴,
그 안에서 반복되는 건 단 한 가지 — “이게 언제까지일까?” 하는 생각이었다.

[비트코인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14] 게임으로 돈을 번다는 말, 믿기 힘들었지만 — P2E 코인으로 처음 수익을 낸 날


몸은 점점 익숙해졌지만, 마음은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
나는 매일같이 박스를 나르며,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즈음 코인 시장은 이상하게 뜨거웠다.
비트코인, 이더리움만이 아니라
‘게임하면서 돈 버는 코인’, 이른바 P2E(Play to Earn) 코인이
유튜브와 커뮤니티를 도배하고 있었다.


“게임으로 월 200만 원 버는 시대”, “누워서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
그런 제목들이 나의 피로한 정신을 자극했다.

평소 같으면 웃어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몸으로 버티는 노동에 쏟아붓고 있었고,
‘다른 길이 있을까?’라는 마음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 P2E의 세계와의 첫 만남

퇴근 후, 잠깐 눈을 붙인 뒤 커피 한 잔을 들고 컴퓨터를 켰다.
검색창에 “P2E 코인 추천”이라고 쳤다.
수많은 글이 나왔다.


특히 눈에 들어온 건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귀여운 몬스터를 키우고 싸우면 토큰이 쌓인다는 구조였다.
게임을 하면서 코인을 벌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이게 진짜 될까?’ 싶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엑시 인피니티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니
누군가는 한 달에 100만 원,
누군가는 300만 원까지 벌었다는 글을 올려놨다.


물론 광고성 글도 많았지만,
사진과 지갑 인증이 있는 글을 보니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며칠간 고민하다가,
퇴근길에 들른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으며 결심했다.
“그래, 이번엔 그냥 해보자.”
나는 남은 월급 일부를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꾼 뒤
엑시 인피니티의 AXS 토큰과 SLP를 매수했다.


그리고 유튜브를 보며 직접 지갑을 연동하고,
게임 계정을 만들어 몬스터 세 마리를 샀다.

처음엔 낯설었다.


지갑 연결, 트랜잭션 승인, 가스비 계산…
모든 게 어렵고 복잡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이게 진짜 탈중앙화의 세계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도, 회사도, 중간 관리자도 없다.
내가 직접 돈을 보내고, 직접 연결하고, 직접 결정했다.
그 자체가 이상하게 짜릿했다.


💰 처음으로 수익이 들어온 날

며칠 후, 게임 속에서 얻은 SLP 토큰이 지갑에 찍혔다.
양은 많지 않았다.
한화로 환산하면 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


하지만 그 만 원이 내겐 너무 크게 느껴졌다.
이건 단순히 돈이 아니라 노동의 방식이 달라진 결과였다.
그동안은 시간을 팔아 돈을 벌었다면,
이번엔 시간이 ‘자산’으로 변하는 경험을 한 것이다.

 

엑시를 하던 중
“이게 정말 지속 가능한 구조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그건 나중 문제였다.
지금은 단지,
쿠팡에서 박스를 나르던 내 손으로
디지털 세계에서 수익을 만들어냈다는 그 사실이
나를 들뜨게 했다.


🔄 쿠팡을 그만두다

이 시기쯤, 나는 점점 출근이 두려워졌다.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이 자리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코인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직접 움직여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새벽, 출근 준비를 하다 거울을 봤다.


피곤한 눈, 늘어진 어깨,
하지만 마음속엔 묘한 에너지가 돌고 있었다.
결국 그날을 마지막으로 쿠팡 헬퍼 일을 그만뒀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요즘 같은 때에 무슨 생각이냐”고 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후회되지 않았다.
내 안의 어떤 부분이 이미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현실의 무게와 배움의 시작

P2E로 벌었던 돈은 오래 가지 않았다.
게임 경제는 생각보다 빨리 포화되었고,
SLP 가격도 떨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손실이 두렵지 않았다.
그보다 더 큰 걸 얻은 기분이었다.

 

그건 돈의 구조를 다시 보는 눈이었다.
“노동의 형태가 이렇게도 바뀔 수 있구나.”
시간과 땀이 아닌,
네트워크와 데이터, 참여와 보상으로 연결되는 경제.


그건 내가 처음 쿠팡에 들어갔을 때 상상조차 못했던 세계였다.


🌙 오늘의 생각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무모했다.
확실한 계획도, 안정된 수익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시절의 ‘무모함’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이다.

 

쿠팡의 새벽 공기를 떠나,
컴퓨터 앞에 앉아 지갑 주소를 입력하던 그 순간—
그건 단순히 일자리를 옮기는 게 아니라
삶의 중심을 바꾸는 선택이었다.

 

나는 여전히 완벽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그날 이후로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세상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움직이는 사람에게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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