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처음으로 손실을 본 날 – 돈보다 무서운 건 ‘내 마음’이었다
그날도 새벽 1시에 출근했다.
쿠팡 물류센터는 언제나처럼 분주했다.
새벽 공기엔 피곤이 아니라 습관이 묻어 있었다.
컨베이어벨트 위로 흘러오는 수백 개의 박스,
그걸 스캔하고 분류하고 쌓아 올리는 일.
몸은 익숙하게 움직였지만, 머릿속은 온통 코인 생각뿐이었다.
그날도 새벽 1시에 출근했다.
쿠팡 물류센터는 언제나처럼 분주했다.
새벽 공기엔 피곤이 아니라 습관이 묻어 있었다.
컨베이어벨트 위로 흘러오는 수백 개의 박스,
그걸 스캔하고 분류하고 쌓아 올리는 일.
몸은 익숙하게 움직였지만, 머릿속은 온통 코인 생각뿐이었다.
전날 밤에 샀던 이더리움이 꽤 올랐었다.
그래서 퇴근 후 팔까 말까 고민하다가,
‘조금 더 오를 거야’라는 근거 없는 확신으로 그냥 뒀다.
그리고 오늘은 그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었다.
아침 8시 반,
일을 마치고 차에 올라 시동을 켜자마자 거래소 앱을 열었다.
화면 속 숫자들이 어제보다 작아져 있었다.
–12%.
순간 손끝이 차가워졌다.
‘이럴 리가 없는데...’
분명 어제까진 초록색이었는데,
오늘은 빨간색 그래프가 무섭게 내려앉아 있었다.
처음으로 느꼈다.
이게 바로 ‘손실’이구나.
그날 따라 피곤보다 더 무거운 감정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지만
머릿속은 계속 돌아갔다.
‘그때 팔았으면 +8%였는데.’
‘이건 일시적인 조정이겠지?’
‘지금이라도 추가로 사면 평균 단가를 낮출 수 있잖아.’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그제야 깨달았다.
코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심리와의 싸움이라는 걸.
뉴스에서 말하는 “시장의 변동성”이란 단어가
이토록 체감될 줄은 몰랐다.
나는 그날 하루 종일 코인 차트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안도했고,
다시 떨어지면 숨이 막혔다.
마치 내 감정이 숫자에 묶여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돈이 나를 흔드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돈에 흔들리고 있구나.”
이후 나는 투자 심리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 놓칠까 봐 두려운 심리,
‘손실 회피 성향(Loss Aversion)’ — 이익보다 손실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인간의 본능,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 내 믿음에 유리한 정보만 찾는 습관.
이 단어들이 지금 내 상태를 정확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나는 내 안의 투자자가 아니라,
감정적인 인간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내가 왜 이걸 샀는가?”**를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단순히 “오를 것 같아서”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의 가치가 있다고 믿어서”여야만 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이젠 단순한 코인이 아니라 각각의 ‘이유’를 가진 존재처럼 느껴졌다.
가격보다 기술을 보려 노력했고,
뉴스보다 백서를 읽으려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진짜 투자 실력임을 알게 됐다.
새벽 출근길에 운전대를 잡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쿠팡의 분류작업은 힘들지만, 적어도 결과가 명확했다.
내가 옮긴 박스는 그대로 쌓여 있고,
내가 일한 만큼 급여가 정해진다.
하지만 코인은 다르다.
노력한다고 수익이 나는 게 아니라,
이해와 인내가 있어야만 비로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건 어쩌면,
‘보이지 않는 노동’의 세계였다.
지식과 감정, 인내와 판단이 쌓여야
결국 결과로 드러나는 그런 세계.
그날 밤,
나는 손실 금액을 확인하고
그냥 조용히 거래소 앱을 껐다.
그리고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의 손실은 나를 가르친 수업료다.”
그 문장을 적고 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코인은 변하지만,
내가 배우는 건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여전히 나의 자산이다.
💭 내가 느낀 점
처음으로 손실을 본 날,
나는 돈보다 ‘마음의 움직임’을 더 깊이 봤다.
사람은 돈을 잃으면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이기려 더 큰 위험을 감수하려 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돈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다루는 능력’이었다.
그걸 깨닫고 나니 코인은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다.
돈은 변하지만, 내가 성장하는 감정의 흔적은 남는다.
그리고 그 흔적이 쌓여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비트코인 공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트코인 일기 #14] 손에서 놓지 않기로 한 날 — ‘홀딩’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알다 (0) | 2025.10.07 |
---|---|
[비트코인 일기 #13] 정보는 넘쳐났고, 진실은 점점 작아졌다 — 내가 ‘판단력’을 배우기 시작한 날 (0) | 2025.10.07 |
[비트코인 일기 #12] 기록을 시작하자 시장이 달라 보였다 — 투자에서 진짜 ‘통제력’을 배우다 (0) | 2025.10.07 |
[비트코인 일기 #11]하락장을 겪고 나서야 알았다 — 투자에는 ‘기술’보다 ‘습관’이 더 중요했다 (0) | 2025.10.07 |
[비트코인 일기 #9] 차트를 믿은 대가 — 손실을 통해 배운 현실 투자 교훈 (0) | 2025.10.07 |
[비트코인 일기 #8] NFT가 대체 뭘까 — 그림이 왜 그렇게 비싸진 거지? (0) | 2025.10.07 |
[비트코인 일기 #7] 이더리움 공부를 시작한 날 — 비트코인과는 완전히 달랐다 (0) | 2025.10.07 |
[비트코인 일기 #6] 리플 코인이란? 알트코인에 처음 관심을 가지다 (0) | 2025.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