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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20] 노동과 투자 사이, 나 자신을 다시 마주하다
holngs2025 2025. 10. 10. 16:49요즘은 새벽 공기가 더 차갑다.
배달통에 남은 온기와 달리, 도로 위를 달릴 때마다 내 숨이 흰 김이 되어 흩어진다.
그 속에서 나는 여전히 같은 길을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예전과 달랐다.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서,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시작했던 일.
하지만 배달이라는 노동과 투자라는 또 다른 ‘일’ 사이에서
나는 점점 삶의 균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코인 시장은 여전히 출렁이고 있었다.
리플은 며칠 새 다시 반등했지만, 도지코인은 잠잠했다.
네오는 예상보다 빨리 회복하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변동에 하루 종일 마음을 빼앗겼겠지만,
이젠 그저 앱을 한 번 확인하고 말았다.
배달로 번 돈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현실의 결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코인 시장에서의 오르내림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노동은 즉각적인 결과를 주지만, 투자는 기다림의 기술이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경험하면서
나는 돈보다 시간의 가치를 더 깊게 배우게 됐다.
오전 배달을 마치고 잠시 오토바이를 세웠다.
이른 햇살이 아스팔트 위로 비쳤고, 그 그림자 속에서
나는 지난 몇 달을 떠올렸다.
쿠팡 헬퍼로 일하던 시절, 땀에 젖은 장갑을 벗으며
‘이게 내가 원하는 인생일까’라고 생각했던 날들.
그때의 답은 막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내가 원하는 건 자유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감각이구나.”
배달을 하며 하루 종일 움직이다 보면
도시의 리듬이 느껴진다.
출근길에 커피를 들고 빠르게 걷는 사람들,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편의점,
그리고 배달앱 알림음이 쉴 새 없이 울리는 밤거리.
그 속에서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몸으로 느낀다.
코인 차트의 봉 하나하나도 사실 이 리듬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의 거래, 누군가의 결정,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 흐름.
결국 시장도 삶도 사람의 움직임으로 완성되는 것이었다.
어느 날은 도지코인이 10%나 급등했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기분이 담담했다.
전에는 이런 상승을 보면 심장이 뛰었는데,
이젠 단지 “아, 시장이 숨을 쉬고 있구나” 정도로 느꼈다.
그 감정의 변화가 나 스스로 놀라웠다.
이젠 코인 앱을 하루에 한두 번만 본다.
대신 내가 기록해온 투자 일지를 다시 읽는다.
거기엔 내 흔들림, 욕심, 그리고 깨달음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건 단순히 돈의 흐름이 아니라, 나 자신을 관찰한 기록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몸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이 좋다.
“오늘은 어떤 생각으로 일했고, 어떤 선택을 했는가.”
그 짧은 문장을 노트에 적으며
하루를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게 내 나름의 블록체인 같았다.
변경 불가능한, 나만의 기록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비트코인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화폐가 아니라 철학처럼 느껴진다.
중앙이 없는 신뢰, 누군가의 허락 없이 기록되는 거래,
그리고 전 세계 어디서든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구조.
그건 어쩌면 인간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칙 아닐까?
“내가 나를 믿는다면, 그건 이미 탈중앙화된 인생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배달 가방을 다시 메고 출발했다.
신호등이 바뀌고, 도로의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여전히 일은 힘들지만,
이젠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나를 단련시키는 과정으로 느껴진다.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덜 신경 쓰인다.
“배달하면서 코인 한다고?”
예전엔 그런 말이 신경 쓰였지만,
이젠 그냥 웃으며 넘긴다.
그들이 모르는 건 이 시간 속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배우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삶은 숫자나 직업명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어떻게 감당했는지가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과정 속에 있다.
코인 시장의 변동처럼, 내 삶도 매일 출렁이지만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오늘도 배달을 끝내고,
헬멧을 벗은 뒤 휴대폰 화면을 열었다.
차트는 그대로였다.
가격은 변해도, 내가 쌓아온 기록은 그대로였다.
그게 진짜 자산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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