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리플이라는 코인을 처음 알게 된 날
비트코인 공부를 시작한 지 두 달쯤 됐을 때였다.
차트 보는 법도 조금은 익숙해졌고, 거래소 화면도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밤마다 휴대폰 화면을 보며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지켜보는 게
어느새 습관처럼 되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퇴근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영상을 클릭했다.
제목은 “비트코인보다 더 빠른 송금 시스템, 리플(XRP)이 온다.”
그때는 그냥 별 생각 없이 눌렀다.
그런데 그 영상이 내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리플은 비트코인처럼 ‘탈중앙화’를 강조하기보다
‘국제 송금의 효율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은행이랑 협력하는 코인이라고?’
비트코인이 중앙을 거부했다면,
리플은 오히려 중앙과 손을 잡고 시스템을 바꾸려는 접근이었다.
그게 이상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날도 새벽 1시 출근이었다.
차에 올라타며 전날 봤던 영상을 떠올렸다.
“리플은 송금 속도가 3초면 된다”
“수수료는 거의 무료에 가깝다”
라디오에서는 날씨 소식이 흘러나왔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리플 생각뿐이었다.
‘이거야. 비트코인보다 현실적인 코인이잖아.’
그렇게 나는 또다시 ‘새로운 기회’라는 말에 이끌리고 있었다.
쿠팡 물류센터에 도착해
안전화를 갈아 신고 분류라인에 섰다.
벨트 위로 끝없이 흘러가는 택배 상자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리플이 말하는 ‘송금 혁신’이라는 게
이런 시스템처럼 빠르게 처리된다는 거겠지?”
그 순간 묘하게 그 말이 와닿았다.
세계 곳곳으로 돈이 오가는 흐름이
마치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박스들의 흐름 같았다.
하나씩 정확히, 빠르게, 그리고 중간 과정의 낭비 없이.
쉬는 시간에 구석에 앉아 휴대폰을 켜고 검색을 했다.
‘리플 코인 XRP’
수많은 기사와 영상이 쏟아졌다.
“리플은 은행과 제휴한 유일한 코인”
“XRP는 송금 시장을 뒤집을 혁신 기술”
그 문장들이 내 피로한 눈에 자극적으로 들어왔다.
‘이건 진짜일지도 몰라.’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며칠 후, 나는 결국 리플을 조금 샀다.
비트코인 폭락으로 잔고가 반토막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엔 다를 거야”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생겼다.
거래소에서 리플 가격은 500원 언저리였다.
‘이게 1,000원이 되면 수익률이 두 배네?’
계산기를 두드려보며 괜히 웃음이 났다.
그 웃음 뒤에는,
그동안 잃었던 걸 되찾고 싶은 조급함이 숨어 있었다.
출근길에 주유소를 들렀을 때,
기름값을 계산하면서도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 돈으로 리플을 더 살 수도 있잖아.’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웃기기도 했지만,
이미 마음 한쪽은 ‘투자자 모드’로 완전히 전환되어 있었다.
며칠 후, 리플 가격이 잠깐 오르기 시작했다.
잔고에 초록색 숫자가 찍히는 걸 보는 순간,
가슴이 묘하게 뛰었다.
“봐, 이번엔 진짜 맞았잖아.”
하지만 그 오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 만에 다시 가격은 떨어졌고,
그 그래프의 파도는 내 감정까지 흔들어 놓았다.
‘리플은 결국 은행이랑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정부 규제는 괜찮을까?’
‘비트코인처럼 자유로운 건 아닐 텐데…’
공부하면 할수록 확신보다 의문이 늘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완전히 손을 떼진 못했다.
리플이 가진 ‘현실적인 혁신’이란 말이 자꾸 마음을 붙잡았다.
그 무렵부터 나는 ‘코인판에는 철학이 있다’는 걸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자유’,
리플은 ‘속도와 효율’,
이더리움은 ‘기술과 응용’.
각 코인마다 추구하는 세계가 다르다는 걸 깨닫고 나니
이 시장이 단순한 투기장이 아니라
어쩌면 ‘새로운 시스템 실험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 후 쏟아지는 박스를 분류하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리플이 말하는 세상은 이런 물류의 세계와 닮았구나.”
효율과 속도, 그리고 흐름.
하지만 동시에 이 시스템이 너무 완벽하면,
사람의 감정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 같기도 했다.
퇴근길에 차 안에서 해가 떠오르는 걸 보며
나는 라디오를 끄고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리플은 현실적인데… 이상하게 마음은 덜 끌린다.”
비트코인의 혼란스러움 속엔 자유가 있었고,
리플의 완벽한 구조 속엔 왠지 따뜻함이 없었다.
아마도 나는 ‘돈의 기술’보다
‘신뢰의 철학’에 더 끌렸던 것 같다.
💭 내가 느낀 점
리플을 처음 알았던 날, 나는 코인 시장이 얼마나 다층적인지 깨달았다.
비트코인은 ‘이상’을, 리플은 ‘현실’을 말하고 있었다.
둘 다 맞았지만, 동시에 둘 다 완벽하지 않았다.
새벽에 차를 몰고 출근하면서,
나는 그 둘 사이 어딘가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를 처음으로 고민했다.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 뒤에는
사실 ‘자유롭고 싶다’는 마음이 숨어 있었다.
리플은 내게 돈보다 더 큰 질문을 던진 코인이었다.
'비트코인 공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트코인 일기 #10] 처음으로 손실을 본 날 — 돈보다 무서운 건 내 마음이었다 (0) | 2025.10.07 |
---|---|
[비트코인 일기 #9] 차트를 믿은 대가 — 손실을 통해 배운 현실 투자 교훈 (0) | 2025.10.07 |
[비트코인 일기 #8] NFT가 대체 뭘까 — 그림이 왜 그렇게 비싸진 거지? (0) | 2025.10.07 |
[비트코인 일기 #7] 이더리움 공부를 시작한 날 — 비트코인과는 완전히 달랐다 (0) | 2025.10.07 |
[비트코인 일기 #5] 하락장은 그렇게 갑자기 왔다 — 한순간에 무너진 차트와 마음 (0) | 2025.10.07 |
[비트코인 일기 #4]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팔았다 — 수익보다 후회가 더 컸던 날 (0) | 2025.10.07 |
[비트코인 일기 #3] 내가 처음 비트코인을 산 날 — 두근거림과 불안이 함께했다 (0) | 2025.10.06 |
[비트코인 일기 #2] 새벽 1시 출근, 쿠팡에서 일하며 비트코인 차트를 처음 봤던 날 (0) | 2025.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