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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팔아본 날
비트코인을 처음 샀던 날 이후,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가격을 확인했다.
노트북을 켜지 않아도, 휴대폰 알림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0.00018BTC, 그 조그만 숫자는 내 하루의 기분을 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오르면 괜히 힘이 나고, 떨어지면 마음이 가라앉았다.
![[비트코인 일기 #4]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팔았다 — 수익보다 후회가 더 컸던 날](https://blog.kakaocdn.net/dna/cm3wnN/btsQ3feGf77/AAAAAAAAAAAAAAAAAAAAAF7EilbgObH553dgtMHCdUeh4uGE0QIjO7V0Kn8V7sUv/img.pn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45147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UMr1LNUwy4YWQIBL1pLhFw%2Fr4us%3D)
그 시절에도 일상은 여전했다.
새벽 1시, 자차로 쿠팡 센터로 출근하고, 아침 8시 30분에 퇴근했다.
분류라인 앞에서 하루 수천 개의 박스를 옮기면서도
머릿속엔 계속 ‘가격’이 있었다.
동료들은 일 얘기를 하고, 오늘 몇 팔레트를 쌓았는지 이야기했지만
내 머릿속엔 ‘비트코인 지금 얼마지?’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퇴근길엔 창밖으로 해가 떠오르고,
라디오에서는 뉴스 대신 코스피, 나스닥, 비트코인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이 ‘버블’이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혼자 흥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샀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처음으로 15% 넘게 올랐다.
10만 원이던 잔고가 11만 5천 원이 되어 있었다.
작은 금액이었지만, 그건 내게 세상의 룰이 바뀐 느낌이었다.
‘이게 돈이 이렇게 불어나는 거구나.’
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날 퇴근 후, 샤워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모니터를 켰다.
그래프는 붉은 선을 그리며 위로 뻗고 있었다.
처음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묘하게 불안했다.
‘지금 팔면 이익인데… 혹시 더 오르면?’
‘그래도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마우스를 쥔 손이 잠시 멈췄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싸우기 시작했다.
하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익일 때 팔아야지. 이건 현명한 선택이야.”
다른 하나는 속삭였다.
“조금만 더 기다려. 아직 진짜 상승은 시작도 안 했어.”
그 둘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나는 커서를 ‘매도’ 버튼 위에 올려두고 한참을 바라봤다.
클릭 한 번이면 끝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클릭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그동안의 설렘과 기대, 그리고 공부했던 모든 시간까지
함께 팔아버리는 기분이었다.
결국 눌렀다.
클릭.
순간 화면이 바뀌고, 계좌에는 원화가 찍혔다.
단 몇 초 만에 비트코인은 사라지고,
남은 건 숫자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팔았다.
작은 수익이 났지만,
기쁨보다 허전함이 훨씬 컸다.
‘이게 끝인가?’
내가 믿었던 건 기술이었고,
공부하며 느꼈던 철학이었는데,
막상 손에 쥔 건 돈 몇 천 원뿐이었다.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공허했다.
그날 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다시 켰다.
차트는 여전히 오르고 있었다.
내가 판 가격보다 조금 더 위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 조금만 더 기다릴 걸.”
그 생각이 머릿속을 쳤다.
그날 새벽 내내 뒤척였다.
하지만 며칠 후,
가격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판 시점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자
묘하게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도 그때 팔길 잘했네.’
그 말이 위안 같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하는 변명 같기도 했다.
그 일을 겪고 나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비트코인을 사고 파는 건 단순한 거래가 아니었다.
그건 ‘돈과 나의 관계’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이익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
후회와 욕심 사이에서 싸우는 나 자신.
결국 가장 어려운 건 시장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출근길에 차 안에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건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야. 신뢰의 연습이야.”
비트코인은 나에게 신뢰를 가르쳤다.
시장에 대한 신뢰, 기술에 대한 신뢰,
그리고 무엇보다 ‘내 선택’에 대한 신뢰.
이익이든 손해든,
그건 결과일 뿐이었다.
진짜 중요한 건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얼마나 단단해졌는가였다.
그리고 그건
쿠팡의 냉기 어린 새벽 공기 속에서도
조용히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어 있었다.
💭 내가 느낀 점
비트코인을 처음 팔던 그날, 나는 이익보다 ‘나 자신’을 봤다.
돈이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내 마음을,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나를.
결국 거래란 돈의 교환이 아니라
내 안의 감정과의 대화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차트를 볼 때마다
숫자보다 ‘마음의 온도’를 먼저 살피게 되었다.
비트코인은 나에게 단지 화폐가 아니라,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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