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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비트코인이 반토막 났던 날
비트코인을 처음 샀던 날의 설렘도, 처음 팔았던 날의 허전함도 시간이 지나면 다 익숙해진다.
하지만 그때의 ‘폭락’은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그날 새벽의 공기 냄새, 그날 휴대폰 화면에 찍혔던 그 숫자들을 기억한다.
그날도 새벽 1시, 평소처럼 자차를 몰고 쿠팡 물류센터로 향했다.
창밖은 어둡고, 라디오에서는 경제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날따라 유난히 비트코인 이야기가 많았다.
‘비트코인, 하루 만에 10% 하락… 투자자 불안감 커져.’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차갑게 들렸다.
“그래도 다시 오르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운전대를 잡았다.

센터 도착하자마자 무거운 팔레트를 끌고, 박스를 분류하느라 몸은 바빴지만
머릿속 한쪽은 계속 가격 생각뿐이었다.
쉬는 시간에 몰래 휴대폰을 켰다.
어제보다 그래프가 확실히 기울어져 있었다.
‘에이, 뭐 이런 조정쯤이야.’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손끝이 떨렸다.
퇴근은 아침 8시 30분.
하늘은 이미 밝았고, 내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손이 묘하게 무거웠다.
집에 도착해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다시 휴대폰을 켰다.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48.2%
눈을 의심했다.
하루아침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잔고.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그토록 ‘미래의 자산’이라 믿었던 그것이,
이젠 그저 ‘불타버린 숫자’로만 보였다.
심장이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손에 땀이 차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손가락이 매도 버튼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그래도 오를 거야. 언젠간 다시 오르겠지.’
그건 확신이 아니라 간절함이었다.
그날 하루 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커피를 마셔도 맛이 느껴지지 않았고,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와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온 신경이 내 휴대폰 속 그래프에 묶여 있었다.
빨간색 선이 아래로 내려가는 걸 바라보면서,
그저 멍하니 ‘왜’라는 생각만 되풀이했다.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불을 끄고 누워도 눈앞엔 그래프가 그려졌다.
‘왜 그때 팔지 않았을까.’
‘왜 더 공부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늘 늦을까.’
그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 처음으로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 감정인지 깨달았다.
가격이 오를 땐 자신이 똑똑하다고 착각하고,
떨어질 땐 세상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사실, 시장은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흘러갈 뿐이다.
문제는 내 마음이었다.
며칠 뒤, 가격은 더 떨어졌다.
이제 정말 반토막이 아니라 거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즈음부터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다.
“그래, 어차피 이 돈은 내가 감당 가능한 범위였잖아.”
그제야 조금은 냉정하게 내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다.
비트코인 차트를 보며 나는 돈보다 ‘자기 통제’를 배우고 있었다.
출근길 차 안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투자라기보다 훈련이네.”
탐욕과 공포 사이에서 마음을 붙잡는 훈련.
쿠팡에서 일하면서 하루 수천 개의 박스를 나르며 느꼈던 ‘육체의 피로’처럼,
비트코인은 내게 ‘정신의 피로’를 주었다.
하지만 그 피로는 묘하게 의미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폭락’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그건 단지 돈이 줄어드는 순간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과정이었다.
감정이 요동칠수록
결국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반토막이 나를 투자자로 만든 첫 시작이었다.
그때 느낀 두려움이,
이후에 공부를 더 깊게 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으니까.
시장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감당하지 못하는 감정은 결국 네 돈을 빼앗을 거야.”
그 문장을 잊을 수 없다.
지금도 차트를 볼 때마다,
그날의 파란 그래프가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 그건 두려움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든 기억이다.
💭 내가 느낀 점
비트코인이 반토막 났던 그날,
나는 돈이 아니라 ‘내 마음의 약함’을 봤다.
두려움에 흔들리는 손, 손해 앞에서 변명하려는 나.
하지만 그 과정을 견디며 나는 조금씩 배웠다.
세상은 내 감정에 관심이 없다는 것,
그리고 진짜 투자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
그날의 하락은 내 계좌를 줄였지만,
내 정신은 오히려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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